* 2015년 기록 주의 


결혼 후 돌이켜 보는 나의 여행지, 그때의 자유로움이 무척이나 그립다. 흐릿흐릿한 기억이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아직 마치지 못한 3년 전 멕시코 여행기를 조금씩 적어내본다. 

산크리스토발데라스까사스에서 2박 3일, 정말이지 특별한 기억이 없다.  비행기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버스로 수십시간을 고생해서 도착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의미없게 보냈다. 

그치만 그만큼 자유롭고 여유롭고 평온했다. 당시의 여행 테마는, '물흐르듯 자유롭게' 특별히 가야할 여행지에 집착하지 않는 것. 

도착한 첫날은 눅눅한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습한 환경이 몸에 굉장히 해롭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체험했었다. 일단 약해진 면역력 탓인지 온 몸에 알러지가 돋았고, 한여름 날씨에 잔기침이 시작되었다. 첫 날 도착했을 때,  비를 맞아 눅눅해진 옷가지들과 신발을 나름 말린다고 방안에 널어 놓았는데, 다음날 확인해 보니 마르기는 커녕 더 눅눅해져 있었고 실내엔 곰팡내가 진동했다. 만오천원짜리 싱글방,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동안 못했던 세탁물들을 숙소 앞 세탁소에 맡기는 것.  하루도 안되어 옷들이 뽀송뽀송하게 세탁 되었다. 그리고 세탁할 수 없는 신발과 배낭 등을 들고 옥상을 찾았다. 


옥상가는 길... 사진으로만 봐도 습함이 느껴진다. ㅋㅋ


내 방이 옥상과 가까운 건 참 좋았다.


고산지대라 비가 잦은 이 작은 소도시에는 비구름만 걷혔다 하면 쨍쩅한 햇빛이 바로 쏟아진다. 황금기회다. 내 모든 것을 살균시킬 준비를 한다. 


쿰쿰한 곳에서 벗어나와 실컷 광합성한 그 때의 기분이란...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산크리스토발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으라면 바로 이 순간이다. 

 

우기철이라 햇빛이 비추는 순간은 짧다. 그새 비구름이 다가오니.... 

산크리스토발이 마지막 일정이었으면 할 정도로 다음 일정에 대한 부담감이 컸었다. 마땅한 대처나 세부 계획 없이 '멕시코 시티에서 칸쿤까지"란 보암직스러운 타이틀만 내걸었던 멕시코 여행. 고생해서 산크리까지 왔지만, 산크리에서 칸쿤은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칸쿤이 끝이 아니라, 칸쿤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가는 일정 또한 남았으니까. 결론은 칸쿤은 최종 목적지는 아니였다. 아마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산크리의 일정은, 칸쿤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충전의 시간이었으리라..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그리하여 3박4일의 산크리 여행이 2박 3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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