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기 #09 멕시코 국립 인류학박물관 맛만 보기

2박 3일동안의 멕시코시티에서의 마지막 날, 

당장 자정 버스를 타고 와하카(Oaxaca)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늦은 밤까지 돌아다니기엔 조심스러운 멕시코 시티 내 치안을 고려한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몇 시간뿐.  이번 배낭여행은 시간과 목적지에 속박되지 아니하고 바람따라 구름따라 자유롭게 다니는 방랑자 컨셉이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방랑자답게 보냈다. 시간 활용에 실패했다. 사람 욕심이란게, 아 이곳도 가볼걸! 저곳도 가볼걸!! 막판에 이르러서야 가고 싶은 곳이 한도 끝도 없이 생겨나는 것이다. 멕시코 시티를 떠날 때가 이르러오니 먹는 시간, 잘 시간 아껴서 하나라도 더 보지 못한게 후회가 된다. 언제 또다시 멕시코를 밟아보겠느냐며 땅을 치고 통곡해도 소용없다.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주어진 시간 안에 방랑자 컨셉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약~~간의 계획성을 가미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날은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체력이 벌써 바닥나 도대체 어디를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심리적 압박감이 심했다. 여자 혼자 멕시코 여행! '알차고 재미나게 유익하게'란 단어들을 떠올릴 여지조차 없었다. 한국 귀국까지 순탄해야 한다는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이런 정신으로는 시루떡처럼 퍼질 수 밖에ㅋㅋ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이 시점. 끝까지 힘을 내본다. 

이전 글에서도 고민했다시피, 시내 중심지와 동떨어져 있는 국립 인류학박물관은 역사적 지식이 없고 그 가치 또한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나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일정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지에 대한 공부가 미흡했던 까닭에 마땅히 가야 할 곳이 생각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장 만만한 국립 인류학박물관으로 발걸음을 돌린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꺅 소리를 내지르며 허공에 의미 없는 발버둥을 친다.ㅋㅋ선행학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다ㅋㅋ 아마도 나는 방랑자 컨셉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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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꾸역꾸역 기어간 국립 인류학 박물관은 이리도 정갈하다. 호사스럽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박물관인 만큼 돈을 투자한 표가 역력하다. 길가엔 쓰레기 하나 없고 먼지 하나 흩날리지 않고 고요하고 차분하고 등등. 이곳이 멕시코라고 감히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ㅋㅋㅋ

전날 북부터미널 안의 빵집에서 산 엠빠나다. 남미에서 먹었던 양념이 가미된 고기가 듬뿍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퍽이나. ㅠㅠ 설탕이 자글자글 씹히는 시나몬 향의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콩인가 팥을 으깨서 소로 만든건지ㅋㅋㅋ 흔들리는 가방 안에서 처참한 몰골로 발견된 엠빠나다. 이거슨 나의 점심!!

박물관 근처에 자리 잡아 엠빠나다를 먹는 순간 바람에 흩날리는 부스러기들, 참새들이 냄새를 맡고 내 곁으로 총총총 다가와 허겁지겁 부스러기를 삼킨다. 겁도 없이ㅋㅋㅋ 오히려 밥 달라며 짹짹 울부짖...;​

빈약하지만 이렇게 대강 점심을 때우고! 국립 인류학박물관 입장. 
대략적인 정보를 첨부하자면!

멕시코시티 국립 인류학박물관 (National Museum of Anthropology in Mexico City)

- 입장료는 64페소(2015년 7월 기준)
- 일요일 방문시 입장료 무료
- 멕시코학생증 지참시 무료
- 월요일 휴관
- 7호선 Auditorio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 개관시간 09:00 - 17:00


입장하면 가장 눈에 띄는 분수 기둥. 이곳의 상징이다. 빨렌케 유적지의 생명의 나무를 모티브로 만든 기둥으로 위에서 멋스럽게 쏟아내는​ 물줄기가 매력적이다.

책에서 얼핏 본 기억으론 과달루페 대성당 신식건물을 설계한 사람이 이곳도 설계했다고? 그분은 아무래도 뭔가 멕시코를 대표할 만한 최고의 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오른 것 같다. 완벽함과 화려함이 과하다... 정없게 -_-;ㅋㅋㅋㅋ

1층과 2층을 아우르는 이 거대한 박물관은 총 12관의 전시실에 멕시코의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분류해 놓았다. 마치 학습의 장으로 느껴졌던 이곳. 지식이 너무 얕아 12관까지 둘러볼 여유는 절대 없었고, 영어도 약한데 대부분의 설명이 스페인어라 오디오를 빌리지 않으면 그나마 갖고 있던 흥미도 다 나가 떨어질 판 ㅋㅋㅋㅋ 결국 예상대로 한 시간도 안 돼서 나왔다. 이런 무지함에 대해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오겠지 ㅠㅠㅠ 그렇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다...안녕 인류학 박물관 ㅋㅋㅋ

리얼해서 한 컷-1

리얼해서 한 컷-2

제대로 둘러보진 않았지만, 초췌하지만, 그래두 인증샷 하나 남기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이제 내 배낭을 찾으러 숙소로!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무언가 한국스러운 것이 보인다. 나 한국에 있는 줄? ㅋㅋㅋ

한국정? 이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모른다. 그런데 멕시코의 차풀테펙공원의 한 가운데에 떠억하니 있는 한국 정자를 보니 눈물 날 뻔. 한국 돌아가고 싶어서 ㅠㅠㅠ

이것이 뭔지 몰라 네이버에 찾아본 바, 1968년 경향신문에 짧막한 기사에 이렇게 나와있다. 글쿤!!  :-) 

멕시코한국정」 - 두나라友誼(우의)두텁게
공보 부는「멕시코」와의우의증진을높이기위해「한국정(4모정)을「멕시코」시「차풀태백」공원에 기증했다.


 그냥가지마시구 공감 꾸욱 ㅋㅋ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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